[사설] 이번엔 삼성물산이 막아냈지만 행동주의 펀드 공격은 계속될 것

입력 2024-03-17 17:54   수정 2024-03-18 07:40

삼성물산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공세를 물리쳤다. 쟁점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규모였다. 삼성물산은 지난 1월 말 보통주 2550원 등 4173억원 규모의 배당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영국계 시티오브런던, 미국계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 국내 안다자산운용 등 5개 행동주의 펀드는 훨씬 큰 규모의 주주환원을 요구했다. 보통주 배당을 주당 4500원으로 늘리고 자사주를 5000억원어치 매입하라고 압박했다. 삼성물산의 계획에 비해 8000억원 이상을 더 쓰라는 것이었다.

표 대결은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완패로 끝났다. 배당 안건에선 의결권 있는 주식의 77%, 자사주 매입 안건에선 82%가 행동주의 펀드들 요구에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편을 들면서 결과는 싱겁게 끝났다. 국민연금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에 대해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른 대다수 주주도 1조2364억원에 이르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가 잉여현금흐름을 웃도는 수준이어서 위험하다는 회사 측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승리에 도취해선 안 된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습은 이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주주환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방향을 잡고 있어서다. 이에 편승한 펀드들의 공격이 대폭 늘어날 것이며 여기에 동조하는 외국인 기관·개인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주환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영권 공격으로 전환할 공산이 크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당수 상장회사는 주주환원을 내세우는 경영권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때마다 대주주 편을 들지도 의문이다. 대주주들로선 적절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절실하다. 특정 주주의 주식에 의결권을 더 많이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주주총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주식인 ‘황금주’, 경영권 분쟁 때 대주주가 싼 가격에 신주를 살 수 있는 ‘포이즌 필’ 등이 그렇다. 이런 제도적 장치 보완도 없는 상태에서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나서라고 하는 것은 맨몸으로 전쟁터에 나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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